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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가끔 제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합니다.
    Love My life/즐기는 인생♬ 2020. 11. 12. 13:19

    저의 학창 시절,

    중3 도덕교과서에는 첫 장 첫 과제로, '내 이름 인터넷 검색해보기'가 있었습니다. 내 이름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 되어있는지 찾아보고 그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살으라는 나름 깊은 뜻이 있는 과제였습니다.

    우리반 학생중에는 유력정치인도 있었고, 유명한 연예인도 있었습니다. 요가협회 대표와 동명이인인 친구도 있었고, 대구지하철 참사를 일으킨 방화범 이름도 있었습니다.

    소위말하는 '김이박최정강'도 아닌, 우리나라에서도 인구수로 40위가 넘는 성씨에다가, 당시에는 흔치않은 이름이었던 저는 아무리 찾아도 제 이름을 가진 사람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도덕교과서도 이런 상황을 예측했는지, 본인의 이름이 나오지 않으면 그 이름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열심히 살라고 적혀져 있었지요. 굉장히 설렜습니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이 이름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구?" 혹시라도 나보다 늦게 태어난 동명이인이 내 이름을 검색했을 때 자랑스럽도록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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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3이후로도 저는 1년에 한 두번씩은 꼭 제 이름을 가진 사람을 찾아보았습니다. 흔치 않은 이름인 건 알았지만 정말 나 밖에 없을까? 인터넷이 전부는 아닐테니, 그래도 어딘가에 내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어 10대때는 버디버디, 20대때는 네이트온, 그후에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 등등 가입자가 많은 곳은 다 찾아봤습니다. 십여년이 넘게 찾으면서 내린 결론은 '내 이름을 가진 사람 중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없다.'는 거였습니다. 오히려 철없는 10대때, 혈기왕성한 20대때 어딘가에 싸지른 제 흑역사들만 보여질 뿐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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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2000년대 후반 그리고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성을 뺀 제 이름이 인기 이름으로 급부상하기 시작합니다. 요즘에도 1, 2등을 앞다투는 인기 이름에 들기 시작하면서 이제 저와 이름 세 글자가 완전히 같은 사람들의 소식이 점점 인터넷에 검색되기 시작합니다. (편의상 이 친구들을 '후배'라고 부르겠습니다. 제가 나이가 제일 많아서 ㅋㅋ) 저와 이름을 같이 하는 후배중에는 어린이 아역배우도 나오기 시작했고, 스타트업 대표도 검색이 됩니다. (아쉽게도 더 소식이 없는 것을 보니 그 스타트업은 망한 것 같지만...) 아프리카에서 나름 시청자가 천 명이 넘는 BJ도 나오기 시작했고요. 특히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와 아가들이 많아졌습니다. 놀랍게도, 현재 모 교대에서는 제 이름을 가진 학생이 재학중인것도 알게 되었죠.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참 무섭기도 한데 반갑기도 했습니다. 얼마 없는 이 이름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둘이나 나온다면 그거 참 반가운 일이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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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 새벽에 깬 우리집 갓난쟁이를 간신히 달래고 나서, 아무리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아 핸드폰을 이리저리 만지작 거리다가 심심해서 제 이름을 또 쳐봤습니다. 그런데 으잉? 작년까지는 없었는데 제 이름이 인물 검색에 뜹니다. 심지어 저보다 열 살 많은 배우가 말이지요. 어라? 이 이름을 내가 선도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참 선배가 계셨네? 왜 이제야 나타난거지? 하고 자세히 알아보니 올해 봄 즈음부터 예명을 제 이름으로 쓰기 시작하셨더군요. 심지어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연급은 아니지만 나름 감초 조연으로 꽤 자주 나온 분이더라고요. 저 역시 한 두번은 스치듯 본 듯한 얼굴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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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하게도 저는 반가운 마음과 동시에 약간 서운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뭐야~~ 이제 이 이름을 선도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겠네 ㅋㅋ 하고 말이지요. 그래도 그런 유치한 생각은 일찍 접고 이 배우를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이 배우가 많이 유명해지면 이 세상의 수많은 김태희, 이민호, 김수현, 김민준들처럼 저도 한번 어깨가 으쓱해지지 않겠습니까? 저는 오늘부터 이 배우의 팬이 되기로 했습니다. 많이 유명해져서 주연급 역할도 맡으시고, 각종 예능에서도 활약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 역시 제 이름을 검색해볼 또다른 '후배'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교육현장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고 잠을 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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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배우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름을 아시나요? 이제는 이름을 기억해주세요.

     

    아참, 배우님. ㅋㅋ 그래도 원조는 접니다. 제가 이 이름으로 더 먼저 살았거등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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