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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6/22~6/23 한참 이따가 쓰는 대구 맛집 기행문
    Love My life/국내여행 & 맛집탐방 2017. 12. 3. 17:22

    원글 : http://9tschool.net/xe/diary/10404


    벌써 1달하고도 보름이 지났네요.


    올려야지, 올려야지 하고 마음만 먹다가 이제서야 맛집 기행문을 쓰게 됐습니다.


    대구를 다녀왔습니다.


    6월 22일 금요일에 출발하여 6월 23일 토요일에 돌아왔습니다.


    친했지만, 각자의 삶에서 본분에 충실하느라 자주 보지 못했던 두 지인들과 함께 다녀와서


    더 즐겁고 의미있는 여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동기이면서, 나이도 같은 박샘과, 대학 동기지만 저보다 연배가 많이 있는 이샘과 같이 다녀왔습니다.


    출발하기 전 목요일 밤에 박샘이


    "대구는 덥다니까 나는 반바지 입고 갈거야~! ㅎㅎ"


    라고 말해서 어 정말 그래야 겠다..라고 생각하고


    저는 금요일 출근 할 때 반바지를 입고 갔는데...........엄한 동료 선생님께 조금 혼이 났습니다.


    교사이면서 공무원 사회라서 아직은 복장에 유의를 해야한다네요.


    그러고보니 학생들도 선생님 다리털이 많다며 놀려댔던 기억이 납니다.


    수업이 끝난 뒤에 박샘을 만나서 나는 이랬는데 너는 어땠냐? 라고 물어보니까 크게 놀라면서


    "야 나는 수업 끝나고 반바지로 갈아입고 온다는 얘기였지..ㅋㅋ 출근 할 때 반바지를 입고 가면 어떡해!!" 라고 말해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어쨌거나, 고속버스 표를 끊어서 출발~! 수업도 다 끝난 금요일 오후라서 설렘이 더했다고 생각합니다.


    박샘과 저는 서울에서 같이 출발하고, 고향 진해에서 쉬고있는 이 샘이 올라와서 대구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와아~~ 서울 촌놈이 버스들을 많이 봐서 설렜습니다>




    <우등 버스를 탔습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고, 가장 근처에 있는 시간의 표를 잡고 탔더니 우등이었습니다. 막상 가다보니 시간이 꽤 걸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매우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동갑내기 친구가 담소를 나누고 사는 얘기, 자신의 학교 얘기 등등 실컷 수다를 떨었지만,


    그래도 대구는 너무나 멀었습니다. 자다 깨다 시계 보다 핸드폰 게임 하다 등등을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해는 떨어졌고 슬슬 좀이 쑤실 무렵에 대구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의 문이 열리고, 처음 터미널에 발을 디디면서 했던 말은


    "헉!" 이었습니다.


    6월부터 대구는 상당히 더웠던 기억이 납니다. 서울과는 달리 내리면서 더운 공기의 압박감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대구도 오늘의 서울만큼 덥지는 않을 것이지만 말이죠. 


    막 여름이 오고 있었던 때였고, 서울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긴바지를 입고 거리륻 돌아다니던 때인데,


    반바지를 입고 대구에서 들어설 때 덥다고 느껴졌으니... '역시 대구' 라는 말을 할만 했습니다.


    이샘과 우리는 대구의 '중앙로'라는 곳에서 서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근처의 지하철 역을 찾으니 대구버스터미널은 '동대구역' 근처에 있었습니다.



    <어라? 서울에도 신천역이 있는데 대구에도 있네요? 촌놈같이 별게 다 신기해서 찍었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수도권의 지하철과 비슷해 보이지만, 대구의 지하철은 마주보는 좌석끼리의 공간이 조금 더 좁고, 좌석 자체도 조금 더 좁습니다. 보세요. 다섯 사람 앉으니까 끝났지요?>


    중앙로에서 내려서, 이 샘을 기다리면서 역 근처를 한번 둘러보았습니다. 


    이미 밤 10시가 넘은 시각이긴 했지만, '중앙로'라는 이름이 주는 꽤 번화가 일 것 같은 느낌과는 다르게.


    생각보다는 을씨년 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대구 사시는 분이 있다면 죄송합니다. 정말 그렇게 느꼈기 때문이에요.)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고, 조명도 그다지 밝지는 않아서 번화가의 느낌이 나지는 않았습니다.


    이샘이 '날이 더우니 우리가 가기로한 맛집에 미리 들어가 있어라' 라고 말해서 맛집을 찾으러 가는 길에는 왠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서 우린 더욱 당황했습니다.


    (왜..그거 알지요? 그 밤에 용산역 근처에도 놀다 가라며 많이 돌아다니는 그 아주머니들.. 


    물론, 박샘과 저 모두 '우린 밥도 안먹었어요!' 라고 크게 울부짖으며 물리쳤습니다)



    <대체적으로 중앙로는 이런 분위기였습니다.>



    <그래도 근처의 백화점에서 이렇게 예쁜 분수를 틀어놨길래 조금 쉬었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대구 중앙로의 맛집..태능집입니다!



    세상에나, 처음 중앙로에 들어서서 '사람이 왜이렇게 없어?' 라고 느꼈었는데,


    이 가게에 중앙로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모아놓은 줄 알았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야외에서 술과 안주를 즐기고 있었고, 특히 제 나이때의 젊은 선남선녀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넓게 펴져 있는 가게의 테이블을 모두 채웠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금방 이샘이 왔고, 우리는 대구의 명물이라는 태능집 석쇠불고기를 먹었습니다.



    <석쇠 불고기가 오기 전에 미리 시킨 우동입니다. 정말 맛있어 보이지요? 그 옆에는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대구의 소주 '참'이 보입니다. 시원하고 깔끔해서 좋았습니다>



    <서로의 잔을 채우고 첫 음식 사진을 찍었는데, 찍고 나서 세명 모두 굉장히 만족했던 기억이 납니다. 즐거운 밤의 시작이니까!>


    그렇게 한 두잔 기울이면서 정~~~말 정말 오랜만에 뵈었던 이샘의 근황을 조금 듣고 나니 오늘의 메인 메뉴가 나왔습니다.



    <양도 푸짐하고 맛도 일품이었던 대구의 석쇠 불고기. 제 기억으로는 저 한접시가 만원인가 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잘 먹는 세 장정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세 사람은 그밖에 또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오랜만에 만난 티를 팍팍 내기라도 하듯이 총선 얘기를 곱씹으면서 앞으로의 정세 판도를 예측했던 기억이 납니다.


    벌써 아저씨들이 다 되긴 했나 봅니다.


    신나게 즐기고 난 뒤, 우리 셋은 "그래 방금 껀 저녁이었어! 이제 진짜 술안주를 먹으러 가자!"며 택시를 타고 안지랑으로 이동했습니다.


    대구! 하면 안지랑 막창!이 떠오를 정도로 대구의 명물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가보니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곱창, 막창 골목이 길에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안지랑 곱창 골목의 시작>



    <상당히 길에 늘어서있는 곱창 거리. 가게마다 손님이 빽빽히 앉아있습니다.>




    <크기와 양에서 고객을 (좋은 의미로)압도하는 막창. 씹는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감탄을 하면서 대구 사람을 부러워했습니다. 서울에도 이런 크기의 막창집이 있나요?>



    <이 가게는 참을 얼려서 시원하게 가져다 줬습니다. 막창 한 점에 살얼음이 띄워진 참 한잔의 맛은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곱창과 막창을 어느정도 즐기고, 술기운이 상당히 올라온 채로 우리 셋은 일어섰습니다. 시간은 어느새 새벽 2시 정도를 가리키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게에 손님이 우리밖에 남지 않았고, 사장님이 마감시간이 다됐다고 해서 일어났던 기억이 납니다.



    <술기운에 찍은 사진.... 이것만 찍고 곱게 찜질방에 들어와서 잔줄 알았는데...>


    곱창만 먹고 세 사람이 아주 깔끔하게 찜질방에 들어와서 잔 줄 알았으나.............


    부끄럽게도 기억에도 없이 술을 한 번 더 먹었다고 합니다. 


    박샘은 완전히 기억이 없다고 하고, 저는 간간히 기억이 나며,


    이 모든 것은 우리 둘보다 술이 훨씬 센 이샘의 한마디로 시작됐습니다.


    "알콜이 조금 부족하지 않냐?" 라는 말에 우리 셋은 또 근처의 호프로 이동했고,


    제 뇌는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제 핸드폰은 기억하고 있었답니다.



    <요구르트 막걸리입니다. 신기하게도, 이 사진이 제 핸드폰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을 보고 나서 저도 이 자리에 있었던 것이 기억이 났습니다>



    <그 기억에 없는 상태에서도 우리 셋은 이만한 크기의 막걸리 통을 두 병이나 비웠다고 합니다. 흐미...~~ 아예 정신줄을 놓으신 박샘 모습이 뒤에 비칩니다.>


    대체 어떻게 우린 걸어서, 찜질방에 도달하여 잠을 잤는지는 모르지만 감사하게도 별 탈없이 일어나보니 찜질방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제가 일어났고, 그 다음에 박샘이 일어났는데, 이상하게 이샘은 도무지 일어나지를 못했습니다.


    갈증을 느낀 박샘과 저는 찜질방 내의 가게에서 팥빙수를 하나 시켜놓고 어젯밤의 일을 상기시켜 보았습니다. 이때까지만해도 우리 둘은 안지랑에서 곱창만 먹고 곱게 찜질방에 들어와서 잔 줄 알았는데..!



    <탐스러워 보이지요? 양도 상당히 많았답니다.>


    어느새 일어나서 우리 곁에 앉은 이샘의 말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술을 한잔 더 했다는 것(아까 요구르트 막걸리),


    그리고 찜질방 입구에서 방금 산 찜질방 이용권을 즉시 잃어버려서 남탕 입구에서 처음에 다들 어리둥절했다는 것(나중에 꼬깃꼬깃 접힌 세 장의 이용권이 엘리베이터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박샘은 남녀 모두가 자고 있는 찜질방 내부 홀에서 옷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는 것! (옷을 다 벗은 채로 남자화장실에서 발견되었답니다.)


    그렇게 박샘에게 옷을 입히고 나니 이번엔 제가 사라져있었다는 것! (저는.........부끄럽게도 여탕에 들어가기 직전에 발견되었습니다. 타지에서 쇠고랑을 찰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지요)


    이 모든 진상짓을 박샘과 저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혼자 기억하고 있고, 정신 줄을 놓아버린 두 동생을 챙기느라 이샘은 그날 밤 혼자 매우 고생을 했다는 것! 등등 충격적인 내용이 많았습니다.


    왜이렇게 일어나지를 않냐고 이샘을 비난했던 박샘과 저는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지러운 머리와 몸을 이끌고 우리는 해장을 하러 나섰습니다.


    이샘의 주장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짬뽕집이 두 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이곳 대구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곳으로 이동해보니, 정말로



    <그 더위에 사람들이 이렇게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우리가 줄을 서자마자



    <패기있게 가게는 더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다는 입간판을 세웠습니다.>


    우리가 운이 좋게 딱 마지막으로 짬뽕을 맛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때가 겨우 12시 30분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예약을 한 후로도 우리는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지만,


    사람 심리라는게,


    나는 1시간을 기다려도 먹을 수 있었는데


    내 뒤에 온 손님은 가게 주인 사장님이 연신 죄송하다며 재료가 다 떨어져서 해줄 수 없다고 기다리는 일조차 허용이 되지 않을 때


    설명할 수 없는 승리감과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



    <대구 여행에서 가장 맘에드는 사진입니다. 짬뽕집 근처에 주차되어있던 차 입니다. 대구는 번호판도 상당히 시크(?) 하지요?>


    기다리면서도 사실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1시간 이상을 기다리면서 먹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 특히나 나는 아무거나 다 잘먹는데.. 맛집이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부추와 오징어, 돼지고기와 특별한 양념이 어우러진 짬뽕 한그릇>


    짬뽕 국물을 한 숟갈 딱 뜨고 나서 충분히 그럴만했구나! 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진은 상당히 빨갛게 나왔는데, 막상 먹으니 그렇게 맵지는 않았고, 맛있게 땡겨지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원래는 밥까지 말아먹으면 정말 환상적인 맛이라는데, 우리는 마지막 손님이었고, 밥은 다 떨어져서 그것까지는 맛볼 수 없었습니다.


    아쉽긴 해도, 짬뽕만으로도 상당히 훌륭했습니다.


    어느 정도 해장은 했지만, 그 더위에 술을 깨느라 날이 너무나 더웠고,


    결국 셋은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곳에 들어가 조금 쉬었습니다.


    그리고는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 역을 찾았습니다.




    <마지막 사진. 이 사진을 찍고 제 핸드폰은 배터리 부족으로 잠들었습니다. 대부분이 재밌는 만화책들이었는데 사람들이 가져가지 않고 남겨놓은 모습입니다. 우리 나라도 이제 시민 의식이 상당히 높지요?>


    상당히 많이 지쳐있었기에 장거리 버스 여행을 하기가 싫어서 잠시 KTX로 가는 방법을 찾았지만,


    가격을 듣고 나서는 버스로 돌아갈 길을 정했습니다.


    짧고 굵게 재밌고 신나게 놀아서 우리 셋은 방학 후엔 이샘의 고향인 진해에서 제대로 한번 놀아보자! 라고 약속을 한 뒤 헤어졌습니다만,


    벌써 8월 7일이고 그때의 약속은 지켜지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사람 사는 데가 다 똑같고 비슷한 구석이야 많지만,


    서울 촌놈 답게 대구에서는 걷는 것, 보는 것 마다 다 새롭고 신비스러운 감이 있었습니다.


    패션의 고장 답게 서울사람들보다 다들 스타일도 괜찮은 것 같고... 남자는 다 멋있고 여자는 다 예쁜 것 같기도 했고요..^^


    명승지를 돌았던 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좋은 사람들과 재밌게 여행을 다녀와서 참 좋았습니다.


    대구를 가본적이 있나요? 여러분은 무엇이 가장 기억이 남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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